
영화 어바웃 타임 포스터, 리처드 커티스 감독 레이첼 맥아담스 도널 글리슨 주연
로맨스인 줄 알았는데, 다시 보니 아니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당신은 무엇을 바꾸고 싶나요. 2013년 영화 어바웃 타임(About Time)은 그 질문에서 시작하지만, 끝에 가서는 전혀 다른 답을 내놓는 영화예요. 러브 액츄얼리와 노팅 힐을 만든 리처드 커티스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모두 맡았어요.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저는 그냥 예쁜 로맨스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으로 짝사랑을 이루는 남자의 이야기. 딱 그 정도로요. 레이첼 맥아담스가 예뻤고, 팀이 메리의 사랑을 얻으려 애쓰는 과정이 귀여웠고, 결혼식 장면이 따뜻했어요. 좋은 영화지만 특별히 인생작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몇 년 뒤에 다시 봤을 때, 같은 영화에서 완전히 다른 부분이 보였어요. 사랑 이야기는 사실 영화의 절반일 뿐이었어요. 진짜 핵심은 따로 있었어요. 그걸 처음 봤을 때는 왜 못 봤을까 싶을 정도로요. 나이가 들고, 가족에 대해 생각이 많아지면서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이 글에는 결말이 포함되니, 안 보신 분은 참고해주세요.
어바웃 타임 줄거리, 시간을 되돌리는 가문의 비밀

영화 어바웃 타임 팀과 메리가 함께 웃는 장면
주인공 팀(도널 글리슨)은 스물한 살 생일에 아버지(빌 나이)에게 충격적인 비밀을 듣게 돼요. 가문의 남자들에게는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이 있다는 것. 단, 역사를 바꾸는 건 안 되고, 자신이 직접 겪은 일만 다시 살 수 있어요. 옷장 같은 어두운 곳에 들어가 주먹을 꼭 쥐면, 원하는 과거의 순간으로 돌아가요.
팀이 이 능력으로 처음 원한 건, 당연하게도 연애였어요. 그는 런던으로 가서 메리(레이첼 맥아담스)를 만나고, 시간 여행을 거듭하며 그녀의 사랑을 얻어요. 어색했던 첫 만남은 자연스럽게, 실수한 대화는 매끄럽게. 같은 순간을 여러 번 살면서 점점 완벽한 데이트를 만들어가요. 이 과정이 영화 전반부의 큰 재미예요.
흥미로운 사실 하나. 레이첼 맥아담스는 이 영화 말고도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영화에 여러 번 출연했어요. 그래서 "시간여행 영화의 단골"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예요. 그만큼 이런 따뜻한 판타지 로맨스에 잘 어울리는 배우라는 뜻이겠죠. 메리라는 캐릭터의 사랑스러움도 그녀가 아니었으면 상상하기 어려워요.
그런데 이 영화가 단순한 로맨스와 다른 지점이 여기예요. 팀이 사랑을 이룬 뒤에도 영화는 끝나지 않아요. 오히려 사랑을 이룬 다음부터 진짜 이야기가 시작돼요.
진짜 이야기는 아버지와 아들에게 있었다

영화 어바웃 타임 팀과 아버지가 해변에서 대화하는 장면
두 번째로 보면서 가장 크게 다가온 게 바로 이 부분이에요. 어바웃 타임은 사실 아버지와 아들의 영화예요. 팀과 아버지는 시간 여행 능력을 공유한,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비밀을 나눈 사이예요. 두 사람이 함께 탁구를 치고, 해변을 거닐고, 그저 대화하는 장면들이 영화 곳곳에 있어요. 처음 봤을 때는 그냥 지나쳤던 장면들이요.
영화 후반부, 아버지가 병에 걸려요. 그리고 팀은 시간 여행으로도 이것만큼은 어쩔 수 없다는 걸 알게 돼요. 아무리 과거로 돌아가도, 결국 보내드려야 하는 순간은 와요. 이 대목에서 영화는 시간여행이라는 판타지를 통해 오히려 가장 현실적인 진실을 말해요.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영원히 붙잡을 수 없다는 것.
아버지가 팀에게 알려주는 마지막 비밀이 있어요. 하루를 두 번 살아보라는 거예요. 한 번은 평범하게, 긴장하고 걱정하며. 그리고 다시 한 번, 모든 것이 얼마나 좋은지 느끼면서. 같은 하루를 두 번째로 살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는 거죠. 저는 이 장면에서 마음이 크게 움직였어요. 거창한 교훈이 아니라, 그냥 오늘 하루를 제대로 살라는 말이었거든요.
아버지와의 마지막 시간 여행 장면은, 두 번째로 볼 때 정말 많이 울었어요. 더 이상 돌아갈 수 없게 되기 전에, 팀이 아버지와 어린 시절의 해변을 다시 걷는 장면이요. 처음엔 그냥 예쁜 장면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그건 작별 인사였어요.
어바웃 타임 결말, 시간여행을 멈춘 이유
영화의 마지막, 팀은 더 이상 시간 여행을 하지 않기로 해요. 이게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예요. 특별한 능력으로 과거를 고치며 사는 대신, 그냥 오늘 하루를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처럼 충실히 사는 쪽을 택해요.
처음 봤을 때 저는 이 결말이 좀 싱겁다고 생각했어요. 그 좋은 능력을 왜 안 쓰지 싶었거든요. 그런데 다시 보니, 그게 이 영화가 하고 싶었던 말의 전부였어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는 건 멋진 일 같지만, 사실 매 순간을 온전히 살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해요. 다시 할 수 있으니까,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지 않게 되는 거죠.
팀이 시간 여행을 멈춘 건, 모든 평범한 하루가 사실은 다시 오지 않을 특별한 하루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에요. 능력이 없어도, 우리는 매일 그렇게 살 수 있어요. 어쩌면 이 영화는 시간 여행 능력이 없는 우리에게 더 필요한 이야기일지도 몰라요. 우리에겐 되돌리기 버튼이 없으니까, 더더욱 지금을 잘 살아야 하니까요.
시간을 되돌려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만나는 이야기라면, 저는 이프온리도 함께 떠올라요. 두 영화 모두 시간이라는 장치를 빌리지만, 결국 말하는 건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을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예요. 결이 닮은 두 작품이라, 어바웃 타임을 좋아하셨다면 이프온리도 권하고 싶어요.
평범한 하루를 다시 산다는 것

영화 어바웃 타임 해변에 나란히 앉은 팀과 아버지의 뒷모습
어바웃 타임을 다 보고 나면, 이상하게 주변 사람들에게 잘하고 싶어져요. 특별할 것 없는 오늘 하루가 갑자기 소중하게 느껴지거든요. 출근길의 햇빛, 가족과의 평범한 저녁, 친구와의 시시한 대화. 영화는 그런 것들이 사실 인생의 전부라고 조용히 말해요.
저는 이 영화를 일하면서 지치거나, 뭔가 놓치고 사는 것 같을 때 다시 꺼내 봐요. 그때마다 다른 장면이 마음에 박혀요. 연애할 때는 메리와의 로맨스가, 가족을 생각할 때는 아버지와의 시간이, 일에 지쳤을 때는 평범한 하루의 소중함이요. 같은 영화인데 볼 때마다 다르게 읽혀요. 그래서 저에게는 '다시 보면 다른 영화'의 대표작이에요.
추천드리고 싶은 분은 요즘 하루하루가 그냥 흘러가는 것 같은 분이에요. 화려한 사건도, 대단한 반전도 없어요. 그런데 다 보고 나면 오늘 하루를 조금 다르게 살고 싶어져요. 그게 이 영화의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해요. 혹시 오래전에 로맨스 영화로만 기억하고 계신다면, 지금 다시 보시길 권해요. 분명 그때와는 완전히 다른 영화로 다가올 거예요.
※ 본 글에 사용된 영화 포스터 및 스틸컷의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으며, 비평·정보 제공 목적으로 인용되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리뷰 > 다시 보면 다른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영화 이프온리 결말 줄거리 해석, 다시 봤을 때 완전히 다른 영화였다 (0) | 2026.06.0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