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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잔잔한 발견

영화 줄리 앤 줄리아 후기, 매일의 요리가 나를 바꾼다

by 무비라이터 2026. 6. 28.

영화 줄리 앤 줄리아 공식 포스터, 노라 에프론 감독 메릴 스트립 에이미 아담스 주연

영화 줄리 앤 줄리아 공식 포스터, 노라 에프론 감독 메릴 스트립 에이미 아담스 주연

블로그를 하는 사람이라면 더 와닿는 영화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유독 마음이 가는 영화가 있어요. 2009년 영화 줄리 앤 줄리아(Julie & Julia)예요. 노라 에프론 감독의 작품이고, 메릴 스트립과 에이미 아담스가 주연을 맡았어요. 한 여성이 좋아하는 요리를 매일 블로그에 기록하면서 인생이 바뀌는 이야기라,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깊이 공감할 수밖에 없어요.

흥미롭게도 이 영화는 블로그를 원작으로 삼은 첫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로 꼽혀요. 한 사람이 취미로 시작한 블로그가 책이 되고, 끝내 영화로까지 만들어진 거예요. 매일 묵묵히 글을 올리는 일이 어떤 결실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셈이라, 저처럼 블로그를 하는 사람에게는 남다른 울림이 있어요.

물론 블로그를 안 하더라도 충분히 따뜻하고 맛있는 영화예요. 화면 가득 펼쳐지는 프랑스 요리들과, 좋아하는 일을 통해 성장하는 두 여성의 이야기가 마음을 데워주거든요. 오늘은 이 사랑스러운 영화를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라, 실제 이야기와의 차이도 함께 짚어볼게요.

줄리 앤 줄리아 줄거리, 두 시대의 두 여자

영화 줄리 앤 줄리아에서 줄리아 차일드가 요리를 배우는 장면

영화 줄리 앤 줄리아에서 줄리아 차일드가 요리를 배우는 장면

 

이 영화는 시대가 다른 두 여성의 이야기를 번갈아 보여줘요. 한 사람은 1950년대 파리의 줄리아 차일드(메릴 스트립), 다른 한 사람은 2002년 뉴욕의 줄리 파웰(에이미 아담스)이에요. 50여 년의 시간을 두고 살아간 두 사람이, '요리'라는 매개로 연결되는 구조예요.

줄리아 차일드는 외교관 남편을 따라 파리에 가요.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땅에서, 그녀는 프랑스 음식을 먹을 때 가장 행복한 자신을 발견해요. 그래서 명문 요리학교 '르 코르동 블루'에 등록해 요리를 배우기 시작하죠. 여성 수강생이 거의 없던 시절,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그녀는 끝내 미국인을 위한 프랑스 요리책을 펴내는 꿈을 이뤄가요.

한편 2002년 뉴욕의 줄리 파웰은 무기력한 일상을 보내고 있어요. 콜센터에서 민원을 처리하는 지친 나날 속에, 잘나가는 친구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위축돼 있죠. 그러던 그녀는 활력을 되찾기 위해 한 가지 프로젝트를 시작해요. 바로 줄리아 차일드의 요리책에 실린 524개 레시피를, 365일 안에 모두 만들어 블로그에 기록하는 거예요. 그렇게 두 여성의 이야기가 요리를 통해 맞물려요.

매일 하나씩, 524개의 레시피

줄리의 도전은 결코 쉽지 않아요. 적지 않은 월급의 절반 이상을 식재료비로 쏟아붓고, 바쁜 시간을 쪼개 매일 요리를 해야 하거든요. 게다가 처음 몇 달은 블로그에 댓글 하나 달리지 않아요. 과연 내 글을 읽는 사람이 있기는 한 걸까, 하는 외로움과 싸우면서도 그녀는 묵묵히 하루하루 요리를 이어가요.

이 부분이 정말 현실적이에요. 좋아서 시작한 일도, 매일 꾸준히 한다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거든요. 실패한 요리에 좌절하고, 시간에 쫓기고, 반응 없는 화면 앞에서 의욕을 잃기도 해요. 그런데 줄리는 포기하지 않아요. 매일 하나씩, 한 걸음씩 나아가요. 그 꾸준함이 결국 그녀를 전혀 다른 곳으로 데려가요.

블로그를 해본 사람이라면 이 마음을 알 거예요. 매일 글을 올린다는 것의 고됨, 그리고 반응이 없을 때의 막막함. 그런데 그 꾸준함이 쌓이면 어느 순간 무언가가 달라져요. 줄리의 블로그도 입소문을 타고 언론과 출판계의 관심을 받게 돼요. 매일의 작은 기록이 인생을 바꾸는 순간이 찾아오는 거예요. 저에게도 큰 용기를 주는 대목이에요.

메릴 스트립이라는 마법

영화 줄리 앤 줄리아에서 줄리아 차일드가 웃으며 요리하는 장면

영화 줄리 앤 줄리아에서 줄리아 차일드가 웃으며 요리하는 장면

 

이 영화에서 단연 빛나는 건 메릴 스트립이에요. 그녀가 연기한 줄리아 차일드는 유쾌하고, 호탕하고, 삶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한 인물이에요. 실제 줄리아 차일드는 키가 180cm가 넘는 장신이었는데, 메릴 스트립은 그 큰 체구의 존재감부터 특유의 높고 들뜬 목소리까지 완벽하게 살려냈어요. 보고 있으면 정말 그 사람이 거기 있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메릴 스트립이 표현한 줄리아의 '행복'이 전염성이 있어요. 요리할 때, 먹을 때,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일 때 그녀가 짓는 환한 표정이 보는 사람까지 행복하게 만들어요. 이 연기로 메릴 스트립은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뮤지컬·코미디 부문)을 받았고,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도 올랐어요.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딱 맞는 연기예요.

에이미 아담스도 빼놓을 수 없어요. 흔들리고 좌절하면서도 끝내 자신의 도전을 완수하는 줄리를, 그녀는 사랑스럽고 현실감 있게 그려냈어요. 두 배우는 사실 영화 속에서 직접 만나지 않아요. 다른 시대를 살기 때문이죠. 그런데도 요리를 매개로 두 사람이 교감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두 배우의 연기와 영리한 편집 덕분이에요.

실화와 영화 사이, 알아두면 좋은 것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니, 한 가지는 짚어둘게요. 영화는 실제 이야기를 다소 따뜻하게 미화한 편이에요. 실제 줄리아 차일드는 줄리 파웰의 블로그 프로젝트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고 해요. 흥미롭게도 영화 속에도 줄리가 그 사실을 전해 듣고 섭섭해하는 장면이 나와요. 영화가 그 점을 아주 숨기지는 않은 거예요.

그럼에도 영화는 두 사람의 관계를 '영감을 주고받은 아름다운 인연'으로 그려요. 실제로 어땠든, 줄리가 줄리아 차일드에게서 큰 영감을 받은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니까요. 실화 영화를 볼 때는 이렇게 사실과 각색을 구분해서 보면 더 풍부하게 즐길 수 있어요.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실화에서 영감을 받은 하나의 이야기라는 걸 기억하면 돼요.

그리고 이 영화는 노라 에프론 감독의 유작이기도 해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등으로 사랑받은 그녀가 남긴 마지막 작품이에요. 일상의 소소한 행복과 사랑을 따뜻하게 그리는 그녀의 장기가, 이 영화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그래서 더 애틋하게 느껴지는 면도 있고요.

좋아하는 일이 나를 데려가는 곳

영화 줄리 앤 줄리아에서 줄리가 요리를 완성한 장면

영화 줄리 앤 줄리아에서 줄리가 요리를 완성한 장면

 

줄리 앤 줄리아를 다 보고 나면,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한다는 것의 힘을 새삼 느끼게 돼요. 줄리아도 줄리도, 대단한 재능이나 행운으로 성공한 게 아니에요. 그저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한 거예요. 줄리아는 요리에 대한 사랑으로 요리책을 완성했고, 줄리는 매일의 기록으로 자기 인생을 바꿨어요. 두 사람을 데려간 건 결국 '좋아하는 마음'이에요.

음식이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 삶을 바꾼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다른 음식 영화들과도 닿아 있어요. 잃어버린 요리의 즐거움을 되찾는 아메리칸 셰프처럼요. 한쪽이 푸드트럭 로드무비라면 다른 쪽은 요리책 도전기지만, 좋아하는 일을 통해 인생을 되찾는다는 마음은 똑같아요. 두 영화를 나란히 보면 그 울림이 더 커져요.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고 싶은 날, 혹은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할 용기가 필요한 날 이 영화를 권해요. 맛있는 요리를 보는 즐거움은 덤이고요. 다 보고 나면 분명 부엌으로 가서 뭔가 만들어보고 싶어질 거예요. 그리고 "나도 내가 좋아하는 걸 매일 해봐야지" 하는 마음이 들 거예요. 그게 이 영화가 주는 가장 큰 선물이에요.

※ 본 글에 사용된 영화 포스터 및 스틸컷의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으며, 비평·정보 제공 목적으로 인용되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다음 영화